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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리 님 투고



  숨이 막힌다, 라는 문장을 알 수 있는 소설.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가지 마라. 반비
  보사리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글귀마다 새겨 보게 된다.
  독자를 매혹시키는 글의 조건은 크게 문장, 주인공, 구성이다. 즉, 내용이 진부하더라도 구성력이나 문장만으로도 독자는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장이 어설프다 해도 내용만으로도 독자를 붙잡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나담의 가장 큰 단점은 구성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내용은 알차고 섬세하지만 횡스크롤 형식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밋밋하다. 정기적으로 나눠 올리다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분명하다. 즉,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올리실 때 나눠 올리시다 보니 한꺼번에 읽을 경우에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부는 1부와 달리 격정적인 감정보다는 발렌시아와 외르타의 감정과 그를 둘러싼 외부의 모습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럴 경우엔 구성의 취약점이 두드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점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무를 담벼락에 끌고가지 마라’(이하 ‘나담’)의 장점은 분명하다. 나담은 우선 문장력이 좋다. 반비님은 아마추어이지만,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형화된 문장에서는 볼 수 없는 신선함이 있다. 특히 개인에 따라 취향이 극명히 나뉘지만, 1부 초기의 글을 보고는 넋을 놓고 스크롤을 내렸던 기억이 있다. 문장력의 매력은 작가마다 다르게 나타나서, 김훈처럼 카리스마 있고 짧은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신경숙처럼 맨질맨질하게 다듬어진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기성 작가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을 테지만 굳이 반비님을 말하자면, 아직은 어설픈 구석이 남아 있지만 충분히 사람을 끌어들인다. 예스러운 느낌이 나고 조금 고집스러운 듯한 느낌을 풍기는 문장들은 외르타면 외르타, 발렌시아면 발렌시아, 각자의 캐릭터를 더 살려주는 강한 무기가 되기도 한다.
  이쯤에서 나담의 가장 큰 매력을 말해야할 것 같다. 그건 다들 짐작하듯이 인물, 캐릭터다. 나담의 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있다. 각자의 사고가 있고 말투가 있고 기억이 있다. 때문에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마저도 그저 나타났다가 사그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반비님은 캐릭터를 만들 때 어영부영 만들지 않는다. 대화, 행동, 생각 하나 하나마저도 독자를 설득시키려고 하고 최대한 그 캐릭터의 성격을 녹아내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말한다.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열받는다”라고. 이런 식의 말들이야 말로 반비님이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증거가 아닐까.
  로맨틱 소설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남자 캐릭터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이 많이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자 캐릭터의 매력이 없다면 그만큼 ‘로맨틱’의 설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담의 경우엔 남주인 발렌시아보다도 외르타의 매력에 빠져든 여성 독자들이 많이 보인다. 여동생 같은 느낌, 그리고 과거에 대한 씁쓸한 동정, 그 동정마저도 접을 정도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리라. 물론 그런 외르타와 얽히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는 묘미도 있다. 하지만 이 나담의 가장 큰 일등 공신은 알찬 조연이나 멋진 남주도 아닌 바로 당당한 여주인고, 외르타일 것이다.
  발렌시아 또한 외르타와 동등할 정도의 소설 내 권위를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다. 일명, 완벽하게 보이는 남자지만, 사실은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산다는 다소 진부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발렌시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미묘한 심리적 묘사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건이나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 자체에 집중하여 상처를 만들어 낸 캐릭터는 그다지 보기 힘들다. 그만큼 설득시키기가 힘들고 표현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반비님은 천천히, 외전을 통해 풀어냈다. 어떤 이는 지루해할지도 모르고 때문에 읽지 않아도 무방하겠지만, 읽고 2부를 읽다보면 다시 외전을 훑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수많은 서평에서 외르타와 발렌시아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 외 조연들의 성격과 배경, 사건의 요지를 정리해 낼 것이다. 하지만 섬세하게 분석하지 않더라도, 나담은 ‘끌어들임’ 하나만으로 충분히 멋진 소설이다. 손에서 책을, 마우스를 놓지 못하게 하는 작가라면, 자신에게 뿌듯해도 괜찮다. 다만, 지나치게 개성이 강할 경우에, 이후 소설들마저 나담의 분위기에 휩쓸린다는 개성강한 작가들의 선례가 있으니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잘만 성장해준다면! 독자들은 또 다른 나담을 기다릴 것이다.
  아, 그전에 일단 진행되고 있는 나담의 2부 완결이 먼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