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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님 투고


  나무를 담벼락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조아라에 2010년 7월 9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연재되고 있는 로맨스 소설입니다.1부와 1.5 부 그리고 현재 2부가 연재되고 있으며 발렌시아와 외르타를 중심으로 한 라르디슈,게외보르트,딤니팔 중앙 삼국이 얽히는 이야기를 거대한 기둥 삼아 잔가지를 뻗어가며 완성되어가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부는 외르타와 발렌시아의 첫 만남에 시작하는데요 사실 이 때 짤막하게 작가님의 글 소개가 로맨스 소설이었기 때문에 로맨스를 보고 들어간 많은 독자 분들께서 살벌하다 못해 살기가 서로 튀는 두 사람의 만남에 거대한 물음표를 올리다가 글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실제 1부는 딤니팔과 라르디슈간의 평원 전투를 배경으로 실감나는 전투 묘사와 전략과 전술이 겹쳐지는 생생한 짜임새로 인하여 읽는 저도 로맨스 세 글자를 잠시 잊고 전투다! 전쟁이다! 연대기다! 하면서 읽기 시작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말을 타는 기사를 중심으로 한 군대의 움직임이 엇갈리면서 그 가운데서 사령관 둘의 일대일 전투까지 연결되는 그 흐름은 영화보다 더 긴장감을 독자에게 안겨다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담이 독자들에게 막강한 중독성과 독자 흡입력을 가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투의 뒤에 여자 주인공 ‘외르타’의 일대기가 펼쳐지며 그녀의 강한 감정 선이 장면과 사람과 흐름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보는 사람들에게 활기를 가져다준다면 그녀의 이야기 더불어 그녀에 얽히는 사람들의 관계는 읽는 사람들에게 긴장과 충격과 그리고 감동을 가져다준다는데 있어서 나담의 완성도와 복잡함이 여타 글들과 다른 차원을 달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얽힌 외르타의 광기와 절규는 여성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자칫 극단적으로 흐르기 쉬운 자극적인 소재를 결코 표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접근하는 점이 이 소설에서 꼽는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발렌시아는 어떤 입장이었을까요? 외르타가 여자 주인공 축이라면 남자 주인공 축에선 발렌시아는 초지일관적인 무심함과 잔혹함과 공정함으로 인하여 1부에서 로맨스! 로맨스!를 외치던 독자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하며 바닥의 인기를 달리기도 하였으나 점점 외르타를 이해하며 수용하며 그 자신이 변모해가는 모습은 1부의 가장 두근거리는 로맨스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1부 1화에서 전쟁터의 총사령관이자 냉정한 남자였던 사람이 칼집을 휘두르는 순간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 분들께서 꼭 맞닥뜨리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1.5부는 나담에서 제가 가장 난이도와 완성도 두 가지가 높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2부를 건너하기 위한 교두보인 동시에 1부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나담의 세계를 독자들이 받아들인 정도에 따라 1.5부에 숨겨진 복선과 꼬이고 꼬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매력적인 숙제로 던져 받은 느낌일까요? 단순히 앙히에,리볼텔라,발터,자라키,레아,뤼페닝,레스트왈,무타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발렌시아,외르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앞으로 어떤 흐름으로 나아갈지 기반을 다져놓기 위한 단계에 가깝습니다.1.5부를 읽지 않고 2부를 읽는다면 이해와 공감도가 그 반으로 떨어지겠지요. 그중 가장 깊게 생각하고 여러 번 읽은 단편은 ‘염희’였는데 무타스 디무어란 인물의 매력과 다난함으로 인하여 반복적인 독서가 아니고서야 그 의도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던 글 중 하나입니다.발렌시아에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버리고 고독해지라 주문하던 그녀가 유독 발렌시아를 자신의 동료로 지칭하던 이중적인 모습이나 눈이 부실 정도로 당당하던 디무어의 종국에 대한 결말, 발렌시아에 남긴 유산 그리고 발렌시와 계속적으로 지략과 심리를 겨루던 모습은 제가 읽은 소설에서 가장 삐뚤어지고 난해한 천재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지금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그녀가 한 선택이 발렌시아의 인생에 무서울 정도로 영향을 끼친 것은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는 그녀의 말과 그녀가 준 것을 부정했지만 결국 그것들은 발렌시아의 일부를 앗아가고 변모시켜 버렸습니다.앙히에가 남긴 상처를 치유했지만 또 다른 상처를 더 크게 남기고 가버린 거죠. 동시에 1부의 외르타와의 만남을 생각했을 때-발렌시아는 무심한 성정과 달리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가장 많이 변화하는 인물이란 게 놀랍습니다-하나로 연결되는 고리에 오싹했습니다.앙히에 그리고 디무어 마지막에 외르타를 만난 발렌시아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종착역이 있겠구나 상상하는 순간에요. 염희는 1부가 끝나고 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외르타에게 쏠려있던 관심을 발렌시아로 돌려 균형을 맞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발렌시아란 사람이 아주 궁금해지는 글이니까요.

  2부는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리메이크를 한번 겪으면서 도중에 상당한 수정과 작가님의 연재 중단 시기가 겹친 적이 있습니다.2부는 당시 1일 1편이라는 오빠, 달려 레벨의 무서운 속도로 연재가 되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읽는 사람들은 춤을 췄지만 작가님이 미리 안배한 2부의 8가지 흐름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으면서 글들이 엉키고 복선 없이 건너뛰는 진행에 많은 독자들의 점점 수긍하기가 어려웠던 점에서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레아와 외르타의 행보였죠.외르타는 과거에 대한 상처나 발렌시아를 중심으로 한 주변인에 대한 태도가 깊이를 더하고 수긍하기보다 지나치게 히스테리 적이고 감정적이기만 하다, 애초에 제멋대로인 것은 알지만 저것은 지나치지 않는가 하는 납득하기 어렵게 된 것이 컸고 레아의 경우는 갑작스럽게 꼬인 전개를 한 번에 일소하고 외르타에게 보내는 일방적인 호의와 진행으로 인하여 대체 왜? 작품 안의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외르타에게 기울어진다는 비판을 받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중심을 잃었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실제 리메이크 후 추가된 1.5부의 마지막 단편과 수정된 전개로 인하여 이 부분이 중심을 찾고 레아란 인물이 적절한 거리감을 두고 당위성을 가지게 된 것이 장점이었죠. 글의 균형을 바로 잡아나간 느낌? 작가분이 말씀하신 복선들이 새로 박혀서 기둥을 세운 느낌이기도 합니다. 빠른 연재 속도로 인해 안 그래도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글이 뒤엉켜 버린 것을 정리하고 돌아오신  리메이크 이후의 나담입니다.

  2부는 삶의 이유를 가진, 그러나 여전히 위태한 외르타와 외르타를 받아들이고 인생의 가장 큰 변화(질풍노도의 사춘기라고도 합니다)를 맞이한 발렌시아의 이야기가 1부에 비해 온건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심화된 중앙 삼국의 정치적 긴장감으로 인해 1부가 짧은 리듬의 단타적인 자극성이 강했다면 2부는 매우 길고 천천히 울리는 리듬과 글의 바탕에 아예 깔려있는 지속적인 자극성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렌시아와 외르타의 한쪽의 참 안타까운 일방적인 로맨스가 펼쳐지는 것에 관심이 쏠리다가도 뤼페닝,레스트왈,발터,자카리의 행보가 그 둘에게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공포 영화의 마지막을 반복하는 기분이 듭니다. 특히 뤼페닝이 무서웠는데 180화 현재 시점에서는 자카리가 레벨 업을 하고 있습니다.

  1부의 중심이 외르타라면 2부의 중심은 발렌시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외르타의 변화 역시 중요합니다만 발렌시아의 성장과 각성과 자각은 1부가 피였다면 2부는 TOP 레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나담의 감상은 절반 이상이 발렌시아가 귀여운데 불쌍해요와 더불어 수많은 눈물바다가 그 남자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로맨스는 로맨스인데 일방적이고도 외르타의 조건이 까다롭다 못해 절대적인 불가능성을 명제로 포함한 기분이라 근처에서 삽질하는 남자를 볼 때마다 1부의 멋지던 때를 회상하며 사랑스러운데 안타깝다-란 감상을 느끼고 마는거죠.실제 자각만 하면 보자 싶었던 발렌시아의 답답함이 자각 이후 하늘을 찌르는 답답함으로 진화해 2부에 들어서고 나서는 외르타에게 발렌시아 좀 어떻게 해달라는 제 마음의 탄원서가 매 회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앙히에도 알고
  자카리도 알고
  레아도 알고
  뤼페닝도 알고
  당사자야 당연히 아는데

  외르타는 모르고 알아서도 안되는,그런데 알면 좋겠다는 마음이 휘몰아치는 나담의 2부 현재입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라르디슈의 왕자들의 음모와 자카리의 결단, 발터의 심중이 얽히는 속에서 발렌시아가 한 현재의 선택이 둘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외르타가 과연 발렌시아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변화시킬지가 앞으로의 2부에 가장 흥미로운 점입니다. 손도 잡고 끌어도 안았는데 마음의 거리는 실로 요원한 게 매력입니다.

  나담은 작가님이 중앙 삼국과 그 이전의 역사와 대륙의 설정, 중앙 삼국의 복식, 문화, 언어 등등을 세심하게 설정하여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꿈을 독자에게 들려주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차용이나 캐릭터 창조만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세계를 쌓아올려 벽돌을 쌓고 역사와 그 안의 인물들마저 섬세하게 놓아 세계에 가장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디자인을 그려나간 것이 책 한 권이 아닌 천년의 시간을 쌓아올린 도서관을 보는 느낌이죠. 그 많은 책들이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고 책들이 모이고 쌓여 시간이 되고 종국적으로 발렌시아와 외르타가 있는 시점까지 흘러온 것입니다. 글을 읽고 사람에 감동하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를 탐구하게 된다는  것, 나무를 담벼락에 끌어들이지 말라가 이토록 오랜 시간동안 지속적이고 끝없는 사랑을 받게 되는 흐뭇한 원인이 아닐까요.


  나무를 담벼락에 끌어들이지 말라,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연재하실 반비님께 나담을 만들어주신 것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